육아기록

프랑스 육아 언어 중 좋은 것과 싫은 것

👨‍👩‍👦🇫🇷 2021. 4. 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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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아기를 기관에 보내지 않아도 육아동지를 만나는 것이 좀 더 쉬웠겠지만...

나는 아기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가정 보육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육아 스타일은 어떤지 알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남편이나 남편의 가족들이 아기와 소통할 때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을 듣다 보면, 모두가 짠 듯이 비슷하게 쓰는 표현들이 들리기 마련이다.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국인은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으레 아기에게 “오구오구~ 그래쪄요~” 혹은 “누가 그랬어, 누가 우리 아기 울렸어!”하면서 아기를 달래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큰 고민 없이 쓰는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좋기도, 싫기도 한 그런 표현들.

오늘은 프랑스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쓰는 표현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프랑스의 육아 언어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Doucement 두스멍

 

doucement 살살, 천천히


두스멍은 내가 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 열심히 연습했던 유용한 문장에 들어있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그 문장은 바로


Pourriez-vous parler plus doucement, s’il-vous-plaît? 조금만 더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아기가 자신만의 의도를 가지고 손으로 물건을 만지고 조작하기 시작하면, 프랑스인들은 끊임없이 두스멍을 외친다. 사실 외친다기보다는 두스멍의 뜻대로 아주 부드럽고 상냥하게 두스멍~이라고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두스멍이 아기가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인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물건을 만질 때, 놀이 기구 위에서 놀 때, 다른 친구들과 놀 때, 동물이나 식물을 만지려 할 때 등등 아기의 주의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를 가이드 해주는 역할인 것이다. 몬테소리 교육에 빗대어보자면 아이에게 매우 분명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한계와 제한을 설정해주는 것에 해당한다.

우리 집에는 아이 눈높이에 화분이 아주 많다. 그렇지만 아기는 화분 속 식물을 잡아당기거나 험하게 다루지 않는다. 나는 이게 다 아기가 식물에 손을 뻗어 만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프랑스어로 두스멍~ 혹은 한국어로 살살~이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야외에 산책하러 나가서 공공장소에 있는 꽃이나 식물을 보아도 아기는 눈으로만 보거나 혹은 아주 살살 손으로 만져본다. 이제 막 돌이지난 아기지만 길가에 핀 잡풀, 들꽃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는 나는 두스멍이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

 

 

 


☹️👎 Bêtises 베티즈

 

bêtise 저지레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베티즈라는 단어가 부모가 아이의 실수에 과하게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게해 준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하였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더 나가서 아기가 “말썽”을 부린다거나, “저지레”를 한다거나 하는 표현 자체를 가능하면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서랍을 열어 그 속에 있던 옷을 모두 꺼냈다. 아기는 엄마의 삶을 괴롭게 하려고 그런 "저지레"를 한 것이 아니라, 대근육과 소근육을 골고루 이용해 자기가 속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아기가 물이 가득 찬 물병을 들고 가다가 자기 옷에도 쏟고 바닥도 물바다로 만들었다. 이 역시 엄마를 곯려주려고 한 저지레가 아니다. 단지 아기는 자신의 움직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할 뿐이다.

이런 아기의 행동과 그 결과를 단순히 “저지레”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어른에 기준을 두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것을 부족하다고 보는 시선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용례는 남편이 자주 하는 소리인 “Tu (ne) fait que des bêtises”다. ‘너는 저지레만 한다’는 뜻이다. 남편은 아이가 실수했을때 농담처럼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당연히 사실이 아닌 과장일뿐더러 나는 베베말랑에게 “너는 부족한 인간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편에게도 이런 표현은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였다.



☹️👎 Faire semblant 페흐 성블렁

 

faire semblant ~하는 척하다


Tu fais semblant. (우는) 척하는구나


주로 아기가 울 때 하는 말이다. 표현 언어가 발달하기 전의 아기는 정말 많이 운다. 왜? 우는 게 유일한 표현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우는 척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어른 기준에서 아기를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무언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소리 지르며 울던 아기가, 뜻대로 되는 순간 뚝 그치는 것을 보면 어른 눈에는 “우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이 있어 우는 것으로 표현을 했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표현할 필요가 없어진 것뿐이다.

우는 것=아기의 표현 방법이라는 것만 이해하면 실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기가 우는 행동 자체에 집중해서 스트레스 받기 보다는, 아기의 의중을 이해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집중하면 내가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것 같다.

아기가 울다가 금방 웃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아기가 연기한다고 재밌어하고 웃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행동도 가능하면 삼가려 한다. (정말로 웃길 때는 나도 웃고 아기도 웃기는 하지만 ㅎㅎ) 아기가 정말 속상해서, 답답해서, 불안해서 울었을 때는 그 감정을 헤아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느끼기 때문이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언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것이 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흡수하는 정신을 가진 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너는 스스로 할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고,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오늘 글에서는 프랑스 육아 언어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이런 표현을 은연중에 한국어로 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표현이 아이에게 은연중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지, 한 번쯤 고민해보고 일상생활에서 의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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