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록

훌루 오리지널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속 엄마의 의미

👨‍👩‍👦🇫🇷 2021. 5.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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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스트 잉 Celeste Ng의 소설 « Little Fires Everywhere »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드라마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를 봤습니다.

오하이오주 셰이커 하이츠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셰이커 하이츠에서 나고 자란 일레이나 리차드슨의 가족과 여러 도시를 떠돌듯이 살다가 셰이커 하이츠에 살게 된 미아 워런의 가족이 자녀들을 통해 얽히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미아 워런 역의 케리 워싱턴 (왼쪽), 일레이나 리차드슨 역의 리즈 위더스푼 (오른쪽)


뭐든지 계획대로, 원칙대로, 정확히는 자신만의 원칙대로 딱딱 맞춰서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일레이나는 연년생 아이들을 넷이나 줄줄이 낳으면서도 지역 신문사 기자로서의 커리어도 포기하지 않은 워킹맘입니다.

딸 펄을 낳은 후로부터 계속 떠돌이 생활을 해 온 미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이자 딸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이기도 합니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에서 다루는 메인 주제는 사회 경제적 계급, 인종 (정확히는 인종 차별), 그리고 모성 motherhood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세 가지 테마는 따로 떼어놓기 힘들 정도로 찐득하게 얽혀있지만, 오늘 글에서는 최대한 모성에 관해서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최대한 극의 재미를 깎아 먹을 수 있는 스포일러는 피하려 노력했지만, 혹시나 조금이라도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은 주의해서 읽어주시기를 😅)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에는 일레이나와 미아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가난의 벼랑 끝까지 몰려 결국 아기를 소방서 앞에 놔두고 떠나버린 엄마, 자신과 다른 인종의 아기를 입양해 키운 엄마, 혼전 임신한 딸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려다 딸과 인연이 끊긴 엄마, 자식에게 자신의 재산은 물론 지위까지 물려준 엄마 등.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자식을 향한 진심이겠지요. 그 진심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천차만별로 다르지만요.

드라마의 주인공 일레이나와 미아는 엄마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정말 다른 두 사람입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현재 처한 환경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엄마로서 양육 스타일도 참 다른데요.

 

일레이나와 미아, 두 사람 사이 거의 "동료애" 수준의 공감대가 보였던 단 한 번의 장면

 

 

제 기억에 8부작 드라마를 통틀어 그런 두 사람이 유일하게 서로를 마주하고 공감하는 순간이 딱 한 번 나옵니다. 일레이나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두 사람의 공감대는 이런 내용입니다.

 

 

일레이나: 가끔은 엄마가 된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애들이 영원히 나를 사랑할 거고, 어쨌든 사랑할 거라고요. 애들이 어릴 땐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요. 엄마를 안고 붙들고, 나는 애들을 꼭 껴안아 주죠. 내 품 안으로 파고들기도 했고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나였죠. 그런데 자라고 나면 그렇게 안을 수도 만질 수도 없어요. 그러고 싶어도요. 사과 향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죠. 내가 원하는 건 사과를 손에 쥐고선 집어삼키는 건데 말이죠. 씨앗까지 전부요. 그러곤 깨닫죠. 애들한테 내가 필요했던 게 아니라 나한테 애들이 필요했단 걸. 

Elena: I take motherhood for granted sometimes. That they’ll love you forever. That they’ll love you at all. When they’re little, they need you so much. They hold you and grab for you and you cuddle them. She used to burrow into me. I was the thing she needed the most in the world. And they grow up. You don’t get to hold them and touch them like that. Even if you want to. And it’s like learning to love the smell of an apple. When all you want to do is grab it and hold it. Devour it. Seeds and all. And then you realize it wasn’t just that they needed you. You needed them.

 

 


대사에 나오는 motherhood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뜻으로 나옵니다.


Motherhood (n) 어머니임, 모성, 어머니의 특성(마음)


저도 이 글을 쓰면서 간편하게 ‘모성’이라 적었지만, 사전적 의미의 마더후드는 ‘어머니인 상태’ 그 자체를 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일레이나와 미아가 공감한 모성이란 사과를 손에 꼭 쥐고, 사과의 과육을 이로 꽉 깨물어 씨앗까지 다 먹어 치우고 싶은 마음을 삼키고, 사과의 향기만 맡는 법을 배우는 것. 이들에게 마더후드는 “어머니임”이 아니라 “어머니 됨”인 것이죠.

이게 바로 제가 드라마를 보다 이 부분이 가슴속에 깊숙이 꽂힌 이유이자, 이 블로그 이름이 비잉 마망 Being maman 이 아니라 비커밍 마망 Becoming maman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내 배 속에서 나와 이 세상에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시작한 그 날부터 저는 매일 아이를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고 있고, 또 그게 제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대신 오늘은 언젠가 사과의 향기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그날을 생각하면서, 내 살 속으로, 다시 뱃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은 듯 파고드는 아이의 씨앗까지 크게 베어 물어 삼켜봅니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Little fires everywhere’는 프랑스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한국에서는 웨이브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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