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록

프랑스와 한국, 임신초기 주의사항 차이점

👨‍👩‍👦🇫🇷 2021. 3.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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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re Grossesse Jour Après Jour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이전 글(내 육아 스타일을 결정지은 인생 책)에서 내가 임신 확인 후 첫번째로 구매한 책이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남편이 제일 먼저 구매한 책은 뭐였을까? 바로 “Votre Grossesse Jour Après Jour (한글 제목: 날마다 읽는 임신 출산 백과)”와 “Papa débutant (초보 아빠)”라는 두 권의 책이었다. 오늘은 임신 기간 동안 남편이 읽은 프랑스 버전 “날마다 읽는 임신 출산 백과”와 내가 읽은 한국의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바탕으로 프랑스와 한국, 두 국가에서 초기 임산부가 받는 조언이 어떻게 달랐는지, 임신초기 주의사항의 차이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영양제 

 

임신 중 어떤 영양제를 복용하셨나요?

 


프랑스에서는 임신 중 담당 의사가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고 추천하거나 처방해주지 않았다. (임신 계획이 있다고 주치의에게 상담을 받고, 의사가 임산부용 종합 비타민을 처방해주기는 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품목이었고, 임신 중에는 따로 처방받지 않았다) 산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엽산만 처방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란책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보면 임신 중 복용해야 할 영양제로 엽산, 철분제, 임신부 전용 비타민제, 비타민 D, 유산균, 그리고 오메가-3를 추천한다 (47페이지). 프랑스 책에서는 엽산의 경우 영양제 형태로 먹는 것을 언급하지만, 나머지 영양소의 경우 균형잡힌 식단으로 충분히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나는 임신 전부터 먹던 임산부용 종합 비타민 (엽산 포함)을 임신 기간에도 계속 먹었다. 

 


복근 운동

 

임신 전부터 하던 운동이라면, 무게를 이용한 근력 운동이라도 안전하게 계속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임신 초기에도 복근 운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 (‘Vous pouvez sans danger faire des abdominaux allongés sur le dos pendant le premier trimestre. p. 89 임신 초기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안전하게 복근 운동을 할 수 있다.) 초기에는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이후 중기, 후기에 배가 커지면 자세를 바꿔가면서 꾸준히 복근 운동을 할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책에서는 ‘임신 초기는 유산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로, 항상 조심해서 움직여야 한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곳에 손을 뻗거나 허리를 구부리거나 오랜 시간 서 있지 않도록 한다. (...) 계단을 뛰어 올라가거나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리는 등 허리와 배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자궁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57페이지)’라고 말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복근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은 없지만, 높은 곳에 손을 뻗거나 허리를 구부리는 것도 위험하다고 할 정도니 복근 운동 역시 무리라고 추측해본다. 나는 임신 초기에... 남편과 함께 임신 전 부터 다니던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면서 근력 운동을 했다. 그 중에는 복근 운동도, 제법 격렬한 유산소 운동도 있었지만 아기는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단, 프랑스에서도 이전에 하지 않던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담당 의사와 상담하고 하라고 권유한다.


성관계

 

프랑스와 한국의 임신초기 주의사항이 가장 극명하게 차이나는 부분이 임신 중 성관계 관련인 것 같다. 프랑스는 돼요 돼요 다 돼요, 한국은 안돼 안돼 안돼요.

 


프랑스에서는 보통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성관계는 안전하다고 한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성관계를 원치 않게 될 수 있지만, 그것만 빼면 오히려 혈액량이 늘어 클리토리스와 입술을 부풀게 하고, 질 분비액이 늘어 오히려 성욕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Lorsque la grossesse se déroule normalement, les relations sexuelles sont sans danger. ... Le volume sanguin plus important, provoquant le gonflement du clitoris et des lèvres ainsi que l’augmentation des sécrétions vaginales, peut accroître votre libido.’) 한국의 노란책에서는 ‘성관계는 되도록 피한다. 임신 11주까지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59페이지)’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을까! 나는 입덧은 없었지만, 임신 초기 유산 경험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초기에 성관계는 피했다. 


여행

 

프랑스와 한국,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임신 중 가장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임신 중기라고 보는 듯하다.

 


프랑스에서는 임신 초기 여행도 성관계와 마찬가지로 입덧 때문에 힘든 경우, 혹은 합병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특별히 위험할 것이 없다고 한다. (‘Les déplacements par air sont sans danger en l’absence de complications’ p. 28)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임신 12주 이전과 임신 32주 이후에는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태반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임신 초기는 건강해도 별다른 이유 없이 유산할 수 있고, 후기는 조산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나는 임신 초기에 여행을, 특히 비행기로 가는 여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유산의 위험이 걱정되어서는 아니었고 단순히 여행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정기를 넘기고는 프랑스에서 직항으로 11-12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한국까지 다녀왔다. 단, 여행 전에 무릎까지 오는 압박 양말을 미리 준비해서 장시간 비행 동안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고, 비행 중에도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 


톡소플라스마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모두 한국에서 더 엄격하게 지키고, 프랑스에서는 비교적 느슨한 기준을 가진 것들이었는데,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더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있다면 바로 톡소플라즈마 감염 예방이 아닐까 싶다. 톡소플라즈마는 보통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의 대변이나 물, 덜 익힌 고기,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 등을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져있다. 임신 초기에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될수록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하다.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 혹은 태아 뇌 형성 이상, 태아의 정신 운동성 지연 등이 그 결과다. 임산부나 면역 결핍증 환자가 아닌 이상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임신 초기 피 검사를 통해 톡소플라즈마 항체가 있는지 검사한다. 항체가 없는 경우 매달 검진때마다 피검사를 통해서 감염 여부를 계속해서 체크하게 된다. 나는... 아쉽게도 톡소플라즈마 항체가 없었고 임신 기간 내내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피를 뽑혀야만 했다. 한국에서 아기를 낳은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 대부분 “톡소 뭐?” 라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는 거의 언급도 없이 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임신 초기 (임신 14주 이전) 자연유산율


이렇게나 다른 두 나라의 임신초기 주의사항. 나는 임신 초기 자연 유산율에서도 차이가 날지 궁금했다. 한국은 특히나 임신 초기에는 안정 또 안정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기엔 한국의 자연 유산율이 더 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얼마나 믿을 만한 조사 결과인지, 표본은 얼마나 모집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것은 잘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 검색해서 바로 나오는 결과만 보자면, 프랑스는 초기 자연 유산율이 약 10%에서 15%, 한국은 약 20% 라고 한다. 이렇게 차이나는 결과가 나온 이유에는 각 나라 임산부 평균 연령, 사회 경제적 상황,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19년 기준 한국의 평균 출산연령은 전체 임산부 평균이 약 33세, 첫째아 기준이 약 32.2세였고, 프랑스는 2020년 기준 평균 출산연령이 30.8세, 2015년 기준 첫째아 출생 당시 산모 평균 나이는 28.5세로 한국에 비해 산모의 평균 나이가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유산율은 산모의 나이와 함께 올라가는 것을 고려했을때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수치라고 볼 수도 있겠다.

 

  프랑스 한국
임신 중 영양제 복용 영양제 형태는 엽산만 추천, 다른 영양소는 식단으로 섭취  엽산, 철분, 임산부용 종합 비타민, 비타민 D, 유산균, 오메가-3 영양제 추천
임신초기 운동 복근 운동을 포함하여 기존에 하던 운동 꾸준히 지속 임신 초기에는 배나 허리에 무리가 가는 운동 뿐 아니라 자세를 취하는 것도 조심
임신초기 성관계 임신초기에도 안전 임신초기에는 가능한 자제
임신초기 여행 임신초기에도 안전 임신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이 있어 자제
톡소플라스마 임신초기일수록 위험하므로 피검사를 통해 지속적 검사 따로 검사하지 않음
임신초기 자연유산율 약 10-15% 약 20%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나는 프랑스의 조언을 받아들여야 할지, 한국의 조언을 받아들여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뱃속에서 잘 키워서 낳았으니 어떤 방식을 따랐는지가 무슨 상관이겠나. 이렇게 나라별로 차이가 크지만 한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임산부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이다” 아닐까. 누가 뭐래도 아기를 기다리는 모든 분들이 마음 편하고, 몸 편하고, 행복한 임신 기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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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Larou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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