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라는 동안 지켜봐 온 가족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친구들, 나름 머리 굵어 만난 대학교 친구들, 전 직장 동료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짠 듯이 나에게 하는 말이 “네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니, 그것도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다. “아이를 낳아 키울”만한 타입의 인간은 어떤 것인지 내가 꼭 짚어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반적인 기준에 내가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은 - 그것도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아주 꾸준히 부적합했다는 것은 - 확실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내 가족 친지 중 내가 해외로 유학을 하러 간다고했을 때, 프랑스인과 사귀고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결국엔 프랑스에 가서 정착하겠다고 했을 때 놀랐던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너는 왠지 그럴 것 같았어, 정도의 잔잔한 반응뿐)
나의 어떤 점이 그렇게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가장 크게는 이기적인 것 (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지밖에 모르는 가시나'라는 말은 제법 자주 들었었지), 그리고 게으른 것 때문이 아닐까. 보통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 -이 경우에는 아이-를 우선하는 마음과 부지런함이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게 말이야. 자기밖에 모르고 게으르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기 섭섭한 내가 어째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생각했을까. 거기다 이건 나도 육아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생각보다 멘탈도 약했다! 이런 사람도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렇다”라는 대답만이 존재한다고 믿고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지 뭐. 아이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걸 어떡해.
Here goes.
덧붙이는 말.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아이가 이미 돌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상황. 리얼 타임으로 아이의 성장 기록을 쓸 수 있기 전까지 당분간은 과거를 거슬러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글이 주를 이룰 것 같다.
사진 출처: Baby vector created by freepik - www.freepik.com
'육아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육아 스타일을 결정지은 인생 책 (2) | 2021.03.13 |
---|---|
프랑스에서 회음부 재활 운동 치료를 받다 (0) | 2021.03.10 |
육아 첫 1년 동안 내가 하지 않은 것 (0) | 2021.03.09 |
프랑스에서 임신, 출산한 후기 (0) | 2021.03.02 |
프랑스 아이처럼 - 직접 경험한 프랑스 육아법 (1) |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