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록

프랑스 아이처럼 - 직접 경험한 프랑스 육아법

👨‍👩‍👦🇫🇷 2021. 2. 2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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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육아법을 글로 배웠습니다. 그것도 미국인한테  😱

 

 

 

아이를 낳겠다 결심하고 나서 나는 문득 아득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나? (이전글: 이기적이고 게으른 엄마의 육아) 그것도 나도 겨우겨우 살고있는 이 남의 나라에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열심히 검색하다가 "프랑스 아이처럼" 이라는 책 (원제: Bringing up bébé) 을 알게되었다. 

 

 

 

 

 

프랑스 아이처럼
저자: 파멜라 드러커맨
간단 요약: 영국인과 결혼해 프랑스에 살게 된 미국인 저자가 파리에서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낀 프랑스 육아법의 특징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정리한 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직 아기를 낳기 전. 첫번째 감상은 ‘아하, 이래서...!!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내 남편이 이런 인간이 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남편한테 들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 혹은 내가 주변에서 봤던 아이들의 모습이 겹치며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내가 직접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워보니 ‘프랑스 아이처럼’ 책 내용 중 ‘이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는 부분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온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는 글이니 재미로 참고만 해주세요)

 



편하게 통증 없이

한국에서 출산한 친구,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연 분만만 선호하거나, 제왕절개 혹은 무통 분만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에서는 출산 방식에 대해 어떠한 가치 평가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 경험상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국인 저자의 기준에는 프랑스식 출산이 너무 인공적이었는지 몰라도, 한국인인 내 기준에는 너무나 자연주의였던 것이다. 

 

첫번째. 산모의 선택으로 제왕 절개가 가능한 한국과는 다르게 프랑스엔 ‘선택 제왕’이라는 옵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책에 적힌대로 무통 주사 만큼은 빵빵하게 줘서 정말 “무통 천국”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한국에서 3대 굴욕이라 부르는 것들 (제모, 관장, 내진) 모두 없거나 힘들지 않았다. 먼저 없었던 것은 제모와 관장. 내진의 경우 있기는 했지만 조산사가 와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넣어 보는 정도여서 아프지 않았다. 이건 내가 이미 경부가 많이 열린채로 도착해서 비교적 덜 아프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세번째, 저자가 두려워한 보호자의 허락 없이 젖병으로 아기 배를 채워주는 의료진? 이게 무슨 꿈만 같은 이야기인가요. 입원 내내 모자동실로 아기 케어는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마지막, 저자는 프랑스에서 출산 후 보통 6일간 입원하고, 저자도 6일간 입원했다고 하지만 실제 표준 입원 기간은 이보다 짧다. 산모와 아기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내가 의료진에게 듣기로는 자연분만시 72시간에서 96시간 (즉 3-4일), 제왕절개시 96-120시간 (즉 4-5일) 이 평균 기간이고 상황에 따라 이보다 더 일찍 퇴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Vrai ou Faux? 진실 혹은 거짓? 미국인 기준에는 너무 인공적인 프랑스식 출산, 한국인에게는 극 자연주의로 밝혀져. 더 구체적인 출산 후기는 따로 글을 적겠습니다 (관련 글: 프랑스에서 임신, 출산한 후기)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 같은 우아하고 평화로운 출산이 무통 천국으로 그럭저럭 가능했다.

 

 

 


밤새 잘 자는 아이들

 

프랑스에서 아기를 낳은 사람들이 지겹도록 듣는 바로 그 질문. 

Ton bébé, il/elle fait ses nuits? 아기가 밤새 (깨지 않고) 잘 자니? 

나는 이 질문을 과장 조금 보태서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부터 들었던 것 같다. 신생아 시기에야 당연히 배가 고파 수시로 깨는게 정상이니 이런 질문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2개월, 3개월, 드디어 ‘프랑스 아이처럼’에서 말한 4개월이 다가오자 같은 질문도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다 4개월쯤이면 밤새 12시간도 잔다던데, 우리 아기는 왜 그렇게 못자지?'

 

물론 우리 아이도 3개월쯤부터는 8-9시간 정도 깨지 않고 잘 수 있었고 나는 그정도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반만 프랑스 아이라 그런가 11시간-12시간씩 밤잠을 자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현재 11개월) 

 

그런데 프랑스 아이가 다 그렇다는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저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체로 물에 수면제라도 탄 게 아닌 이상 모든 아이가 그럴 수는 없지. 실제로 내 주변에도 아이가 통잠은 커녕 분리 수면도 안 돼서 고생하는 프랑스인 부모들이 여럿있으니까 말이다.

 

Vrais ou Faux? 케바케! 잘 안/못 자는 프랑스 아이들도 많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기의 통잠 여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일찍부터 통잠을 자는 아이들의 비율이 체감상 많은 듯한 것은 사실!

 

 

 

신생아 시기를 제외하면 잠으로 우리를 크게 힘들게 한 적이 없는 아기. 과연 프랑스 아이처럼 키워서 그런 걸까? (사진 속 아이는 우리 아기가 아님🙅‍♀️)

 

 

 


기다려!

처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됐던 부분이다. 특히 저자가 프랑스에는 국가에서 정한 식사 시간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어떻게 프랑스 아기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먹을 수가 있지?’ 자문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프랑스 국민 식사 시간은 아침 식사  7-8시, 점심 12시, 간식 4시, 저녁 7-8시 하루 총 세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 시간을 말한다.

나 역시 지금의 남편과 결혼 전부터 늘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어떻게 식사 시간 외에는 군것질도 안 하고 야식도 안 먹을 수가 있지?’ 였는데, 이 부분을 읽고 의문이 풀렸다. 아기 때부터 이런 식사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생활을 몇십 년 동안 했다면, 나라도 몸이 알아서 그런 규칙에 적응하지 않았을까. 사실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당 떨어지는 오후에 간식 한 번 먹는 루틴은 한국인에게도 그렇게 낯설지 않지만, 거의 오차 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짠 듯이 이 루틴을 지킨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렇게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돌을 바라보는 내 아이도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비슷한 루틴을 지키고 있다.

 

Vrai ou Faux? 프랑스에 불문율처럼 대부분 아이가 지키는 ‘국민 식사 시간’이 있는 것은 진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완벽한 테이블 매너를 갖추고,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가? 이건 케바케. 이 부분도 역시 글을 따로 쓰겠습니다. (관련글 프랑스 아이들의 자제력 읽기)

 

 

프랑스인 100명 중 99명이 똑같이 말할듯한 국민 식사 시간. 정말 있다!

 

 


죽지 못해 산다?

 

저자가 프랑스 엄마는 출산 후에도 아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삶, 특히 부부의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회음부 재활 운동’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던 그것을 나 역시 출산 후 직접 경험하게 된다. 회음부 재활 운동은 병원에서 퇴원할 때 담당 의사 혹은 조산사가 처방해주며, 프랑스 의료 보험에서 10번까지 무료로 지원해준다. 내 경우 ‘프랑스 아이처럼’에 나왔던 것처럼 기구를 이용한 회음부 재활 운동을 처방받았지만, 물리치료사의 내진 후 회음부와 복근 재활을 접목한 운동 재활을 진행했다. (이 부분 역시 따로 자세하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글 프랑스에서 회음부 재활 운동 치료를 받다 읽기)

 

또 퇴원시에는 원하는 피임 방식을 물어보고, 피임약이나 피임 기구 시술을 처방해주기도 한다. “아랫도리가 와장창 박살이 났는데 피임씩이나 해가면서 뭘 하겠냐고요!!”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래, 프랑스 사람들은 애 낳자마자 다시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가부다 생각하고 말았다. 출산 후 산부인과 검진에 가면 또 한 번 피임 방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의사 선생님, 걱정마세요. 애 보느라 힘이 딸려 아무 짓도 못합니다.

 

Vrai ou Faux? 프랑스에서는 출산 후 한국 같은 산후조리는 없지만 여성의 회음부 및 복근 회복, 그리고 피임에 매우 신경을 써준다. 애기 안느라 손목이 나가지는 않을까, 산후풍 드는 거 아닌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던 한국인 산모에게는 낯선 관심이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도 부부의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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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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