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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기록

프랑스에서 회음부 재활 운동 치료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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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볼, 고무 밴드 등을 이용한 맨몸 운동으로 구성된 회음부 재활 운동. 사실상 물리치료사에게 PT 받는 것과 다름 없었다.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에서 저자가 프랑스 엄마는 출산 후에도 아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리고 부부의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회음부 재활 운동’ (지난 글: 프랑스 아이처럼 - 직접 경험한 프랑스 육아법)

 

내 주변에서 직접 했다는 사람은 없고, 나 역시 그냥 책에서 읽어서만 알고 있었던 그것을 결국 출산 후 직접 경험하게 된다. 회음부 재활 운동은 병원에서 퇴원할 때 담당 의사 혹은 조산사가 처방해주며, 프랑스 의료 보험에서 10번까지 무료로 지원해준다. 출산 후 회음부 재활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1) 요실금 방지 (2) 장기 탈출증 예방 (3) 성적인 만족 등이 있다. 회음부 재활이 나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사실 위에 적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출산 후 최대한 출산 이전의 내 몸 상태를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 ‘프랑스 아이처럼’에 나왔던 것처럼 기구를 이용한 회음부 재활 운동을 처방받았지만, 아이를 낳자마자 코로나로 통제령이 떨어져 몇 달 동안 갈 수 없었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출산하고 바로 가기는 힘들었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다 출산 후 처음으로 간 산부인과 검진에서 내진해본 의사에게 ‘회음부 근육의 힘이 많이 떨어져 있다’라며, ‘지금은 성생활을 해도 만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만다. 그때는 성생활이고 자시고 아기 돌보느라 쩔쩔매며 그럴 정신도 없었을 시기인데도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왠지 큰일 났네, 안 돌아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뭔가 “당신 앞으로 여자로는 안 살 셈인가?” 하는 듯한 협박 같은 의사의 말을 듣고 돌아와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한참을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내다, 아이를 낳고 약 4개월 정도가 지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키네 kinésithérapeute 를 찾아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회음부 재활 운동은 임신, 출산 전문가인 사쥬팜 sage femme (조산사)에게 받을 수도 있고, 키네 (물리치료사)에게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의 조산사들은 우선 기구를 이용한 재활을 진행하지 않았고, 예약 잡기도 쉽지 않아서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여자 물리 치료사를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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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물리치료사가 쓰는 기구는 이런 느낌 (전). 집에서 어플과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기구도 있다 (후)

 

 

첫 방문 시에는 간단한 문진 (출산 방식에 관한 질문, 기타 건강 관련 기본적인 질문 등)을 하고 산부인과에서와 마찬가지로 내진을 한다. 그리고 뜻밖에 ‘재활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근육 기능이 다 돌아왔다’라는 좋은 결과를 받았다.  내가 만난 물리치료사의 말에 따르면, 기구를 이용한 재활은 회음부 근육 섬유질에 전기 신호를 보내 자극을 줘서 재활을 돕는 것으로 출산 후 회음부 근육 기능이 돌아오지 않으면 주로 쓰는 것이라고. 나처럼 상태가 쓸만한(?) 경우엔 기구를 굳이 구매하는 게 돈 낭비일 것 같단다. 사실 얼핏 보기엔 꼭 성인용품처럼 생긴 재활 기구는 어떤지 내심 궁금했는데 기구를 이용한 재활은 아주 초기 단계에나 필요한 거라고 하여 아쉽게도 직접 경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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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시플레를, 운동 하는 동안 입에 물고 사용한다. (Sifflet는 프랑스어로 호루라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신 나는 회음부 재활과 복근 재활을 접목한 재활 운동을 1회에 30분씩 총 10번 하게 되었다. 회음부 재활 운동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고, 우리가 흔히 아는 근력 강화 (특히 코어 강화) 운동을 물리 치료사의 안내에 맞춰 진행하며 동시에 계속해서 회음부 근육을 긴장시켰다 이완하는 일종의 케겔 운동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한가지 일반 근력 운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플레 sifflet 라는 기구를 이용해 숨을 내쉴 때 좀 더 코어 근육에 힘이 들어가도록 도와주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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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스쿼트, 플랭크, 크런치 자세

 

 

  • 기마 자세 (혹은 스쿼트 자세) 상태에서 시플레를 이용해 강하게 숨을 내쉬며 코어와 회음부 근육에 힘을 주는 것
  • 플랭크 자세로 회음부 근육을 긴장 상태로 유지하는 것
  • 시플레를 물고 크런치를 하면서 복근과 회음부 근육에 힘을 주는 것

등이 회음부 재활을 위해 진행했던 운동의 예다. 


남편이 점심시간 동안 집에 와서 아기를 봐주면 그 틈에 운동을 갔다 오기도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아기를 데리고 가서 내 옆자리 매트에서 눕혀두고 재활 운동을 하기도 했다. 간혹 아기가 찡찡거리면 물리치료사님이 달래주고 나는 열심히 플랭크를 하면서 말이다. 돌아보니 이런 것도 추억이 되는구나.

 

오늘은 어딘가 아기 젖병과 함께 구석에 박혀있을 시플레를 찾아서 지난여름 열심히 배웠던 회음부 운동을 한 번 해볼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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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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