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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기록

내 육아 스타일을 결정지은 인생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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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런 사람 한 명씩 꼭 있으시죠? 뭐든 하기 전에 책부터 사들이는 사람. 그게 저예요.

 

임신테스트기를 하고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 중 하나는 교보문고에 들어가 대한민국 임산부의 필독서 노란색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해외 배송으로 주문한 것이다.

 

 

왠지 대한민국 임산부의 필독서가 된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그때부터 뭔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책을 사들이는 나의 육아 책 대장정이 시작된다. 돌 이전 아기를 키우는 데는 당연히 에너지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처음 1년 동안은 아기가 낮잠을 많이 자기 때문에, 아기가 잘 자기만 한다면 그만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아기를 재워두고 틈틈이 책을 읽고, 정보를 검색하는 식으로 모자란 육아 지식을 쌓아나갔다. 그중에서도 정말 내 육아 스타일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생 책 몇 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베이비위스퍼 골드 by 트레이시 호그

 

예비 엄마가 단 한 권의 육아서만 읽어야 한다면 트레이시 호그의 베이비 위스퍼 골드를 추천하겠다.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베이비 위스퍼 골드를 선택할 것이다. 특히나 신생아 시기부터 약 6개월까지는 베이비위스퍼 없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6개월까지는 오로지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것이 나의 인생과 치환되는 수준인데,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로 먹는 것과 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유량, 수유텀 그리고 통잠. 지금에서는 별로 다시 돌아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알고 싶지 않은 그 괴로웠던 첫 6개월. 베이비 위스퍼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잘 먹고 잘 자는 모범생 아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임신 기간에 거의 두 번 정도 정독한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부분 부분 읽었기 때문에, 이제는 누군가 수유나 아기 루틴, 수면 교육 등에 대해 질문하면 어디쯤에서 답변을 찾을 수 있는지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책 속의 내용을 익히고 있다. (학교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우리 아기가 충분히 먹고 있는 걸까, 우리 아기가 왜 우는 걸까, 이럴 땐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아기가 처음부터 잠을 잘 자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등등 초보 부모가 제일 궁금할 만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정말 ‘이 책에 정답이 있다’라고 믿고 꾸준히 지키기만 하면 그만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간증해줄 수 있을 것ㅎㅎ 

 

이 책을 통틀어 딱 한 가지만 남기라면: E.A.S.Y (Eat, Activity, Sleep, time for You의 약자. 한국어 번역으로 더 입에 쫙 붙는 먹놀잠이 있다.)

 

추천 대상: 아기를 낳기 전, 임신 기간에 꼭 통달하소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책 속에 나오는 내용을 적용하면 성공률도 쑥쑥 올라갑니다. (애 낳고 나서는 마음 편히 정독할 시간 없습니데이)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by 헤티 반 더 레이트, 프란스 X. 프로에이

 

01
원제 더 원더윅스, 번역본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원더윅스. 이제는 제법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기가 울고 칭얼거리면 “어디가 아픈가? 기저귀가 찝찝한가? 배고픈가?” 정도의 질문에 그쳤다면, 이제는 아기가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기간에는 성장통으로, 혹은 영아 산통으로 울 수도 있다는 새로운 지식이 상식이 되었다. 거기에 아기의 정신적 성장, 도약기를 의미하는 “원더윅스”까지 더해져, 젊은 부모들은 아기의 성장을 여러 방면에서 서포트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 상태는 정말 전형적인 “케바케”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아기의 신체적인 급성장기는 보통 생후 1-3주 사이, 6-8주 사이, 그 이 후에는 각각 3개월, 6개월, 9개월쯤에 일어난다고 본다. 이와 비슷하게 아기의 정신적인 도약의 시기, 급성장기인 원더윅스도 대부분의 아기가 비슷한 시기에 경험한다. 이 책의 저자는 아기가 잉태됨과 동시에 뇌 발달 스케줄이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따라서 원더윅스는 출생일 기준이 아니라 “예정일 기준”으로 계산한다. (원더윅스는 아기의 출생 예정일로부터 5주, 8주, 12주, 19주, 26주, 37주, 46주, 55주, 64주, 75주에 일어나고, 지속되는 기간과 아이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각기 다르지만, 원더윅스가 올 때 아기가 보이는 증상은 거의 항상 비슷하다) 

 

이 책을 통틀어 딱 한 가지만 남기라면: 아이가 평소보다 더 칭얼거리고 매달리고 잠도 잘 못 자고 잘 못 먹는 증상을 보인다면, 아이의 뇌가 성장 중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럴 때는 아기 버릇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지 말고 충분히 안아주고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어도 된다는 것!

 

추천 대상: 아이가 칭얼거리고 매달리기 전에 미리 멘탈을 다스리고 싶으신 분. 아이의 뇌 성장에 맞게 맞추어 놀아주고 싶으신 분.

 


Montessori from the Start: The Child at Home, from Birth to Age Three
by Lynn Lillard Jessen and Paula Polk Lillard

(정식 한글 번역본이 있는지 모르겠음. 대강 번역하자면 ‘처음부터 몬테소리: 출생부터 만 3세까지 집에서 키우는 아기’)

 

Montessori from the start

 

베이비 위스퍼를 통해 아기를 먹이고 재우는 기본적인 욕구를 안정적으로 채워주는 방법을 배우고 나니, 그 이상의 것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 피라미드를 떠올리며, 아이를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 이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고민도 되었다.

 

 

매슬로우의 5단게 욕구 피라미드. 아래에서부터 위로 순서대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그래서 영유아 교육과 관련해서 비전공자인 내 기준 제일 흔히 들어본 몬테소리, 프뢰벨, 피아제 이런 학자의 이름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프랑스에서는 특히 “몬테소리” 하면 비싼 사립 교육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래,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을 들여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알아보게 된 것 같다. 그중 이 책이 가장 기본적인 개론을 잘 설명해둔 것 같아서 읽게 되었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우리 아이를 몬테소리 교육 철학에 근거해서 키우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써볼까 한다)

 

이 책을 통틀어 딱 한 가지만 남기라면: 우리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

 

추천 대상: 몬테소리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보다는 좀 더 쉽게 쓰인 책을 추천합니다! 예: Montessori Toddler by Simon Davies (한글 제목: 영유아 몬테소리 육아 대백과 by 시모네 데이비스)

 

 

만 1세부터 3세까지 아이를 몬테소리 교육 철학에 따라 키우는 방법을 개괄적으로 설명해둔 책. 몬테소리에 관심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합니다. 올 봄에 만 1세 이전까지 아기들을 위한 "Montessori baby"도 출간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by 오은영

 

이 책을 정독하고 나면 달라지실거예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아기가 비교적 아직 신생아 티를 갓 벗은 시기에 읽은 나머지 책들과 달리,  책은 격동의 첫 6개월을 지나고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며 자기 고집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쯤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이 발매되자마자 사서 읽었으니 2020년 11월쯤에 읽었나 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오은영 박사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아기를 낳아서 기를 생각이 전혀 없었던 미혼 시절에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감명 깊게 보고,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것은 뭐든 챙겨보는 팬이었다. 평소 오은영 박사님이 내놓는 솔루션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서 직업적으로도 훌륭하시지만, 인격적으로도 참 깊이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이 책은 그런 양면을 잘 버무려 완성한 육아 실용서의 끝판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이 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 서점에서 목차라도 한 번 쭉 정독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님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컸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내 속의 어린아이가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부모님에게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다면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며 키워야겠다. 하는 생각.

 

나는 ‘왜 아기가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아기의 행동에 욱할까, 왜 화가 날까’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처음 몇 챕터만 읽고도 정말 거짓말처럼 나의 마인드가 바뀌고, 행동이 바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아이에게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나의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예를 들면 한숨을 쉬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등)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이런 내가 나 자신도 정말 신기할 정도인데, 아마도 그 시기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통틀어 딱 한 가지만 남기라면: 양육자-아이 관계에는 오직 가르치고, 배울 것만 있다. 혼낸다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아이를 양육할 때 쓰는 언어도 외국어처럼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것.

 

추천 대상: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욱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표현해버리는 분. 사실 그냥 모든 사람이 다 읽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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