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가족은... | 앞으로 우리는... | |
엄마 | 엄마: 한국어 (모국어), 영어 (유창한 편), 프랑스어 (중급) | 아기 관련 원활한 소통을 위해 프랑스어 계속 공부 |
아빠 | 아빠: 프랑스어 (모국어), 영어 (유창한 편), 한국어 (초급) | 최소한 지금 수준의 한국어를 유지하기 |
엄마와 아빠 | 영어로 소통 | 영어로 소통 |
엄마와 아기 |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짬뽕 | 한국어만 (아빠와 함께 있을 때는 영어) |
아빠와 아기 | 프랑스어와 영어 짬뽕 | 프랑스어만 (엄마와 함께 있을 때는 영어) |
아기 | ??? |
엄마가 한국인, 아빠가 프랑스인이고, 두 사람은 각각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영어로 소통하다 보니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아주 쉽게 얘기한다.
“베베말랑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다 잘하겠네!”
그러게 나도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아기가 태어나서 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계획은 남편은 철저히 프랑스어만, 나는 한국어만, 그리고 세 명이 모두 함께 있을 때는 공용어인 영어를 쓰는 변형된 OPOL (One Person One Language) 전략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다. 다중언어 교육에는 무려 “언어 전략”이 필요하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아기를 키우는 분들은 아기가 눈앞에 있으면 한국말이 자연히 나올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아기가 눈 앞에 있으니 나는 제 버릇 개 못 주고 평소 남편과 하듯이 멋대로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를 짬뽕한 나만의 언어를 쓰고 있었다. (이걸 고상한 말로 코드 스위칭 Code switching, 코드 믹싱 code mixing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보는 눈이 없으면 더 당당하게 튀어나오는 한불영의 끔찍한 혼종 언어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당연히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20살 이후로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라 최근 10년 사이 한국어 사용자로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제일 유창하게 잘하는 언어는 한국어가 맞는데 (맞을걸요?) 이걸 내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내뱉을 일이 없으니 아무 대답 없는 대화 상대인 아기 앞에서 내 마음처럼 한국어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나처럼 언어를 섞어 쓰는 부모들도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아이가 만 3세 이전에는 가능하다면 언어를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리 아기는 지난 1년간 엄마 아빠의 무지막지한 코드 스위칭과 믹싱에 막무가내로 노출되었으니 어쩌면 좋은가 😭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아이는 결국에 셋 중 어떤 언어든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프랑스에 사는 한 그 언어는 아마도 프랑스어가 될 것이다. 그래, 아기가 한국어 못하고 프랑스어만 하더라도 괜찮아. 성인 돼서 새로운 언어 배워서 유창해지는 사람들도 많은걸. 조금만 비장함을 내려놓고,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리고 무엇보다 욕심을 내려놓자...라고 생각하자 우리가 아기를 낳기 전에 세웠던 언어 전략은 흐지부지해졌다.
언어 전략의 종류
바이링구얼 케이스 | 트라이링구얼 케이스 |
(1) OPOL (One Person/Parent - One Language): 부모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 | (1) 엄마 아빠가 각각 다른 언어 사용, 이후에 학교에서 다른 언어로 교육 |
(2) 집 언어-외부 언어가 다른 경우 | (2) 세 언어 모두 동시에 습득 (엄마, 아빠, 어린이집 등 다른 양육자의 다른 언어) |
(3) 부모가 각각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경우 | (3) 집에서는 한 언어만, 이후 학교에서 두 언어를 동시에 습득 |
(4) 상황, 목적에 따라 다른 언어 사용하는 경우: 부모가 바이링구얼인 경우, 가족이 모두 같이 있을 때 쓰는 공용 언어, 다른 가족을 만날 때, 학교에서 등 쓰는 언어가 달라지는 경우 | (4) 세 언어를 차례대로. 제일 흔한 케이스. 집에서 한 언어, 학교에서 다른 언어, 이후 개인적으로 세 번째 언어 학습 |
사실 어릴 때 트라이링구얼이 되기는 쉽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격변의 청소년기를 지나도록 트라이링구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트라이링구얼 혹은 멀티링구얼이 쓰는 언어는 모두 동등하게 발달하지 않는다.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만 해도 둘 중 더 강세를 보이는 “주 언어”가 있기 마련인데, 세 언어 이상을 구사한다면 당연히 각 언어의 수준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기 언어는 노출량과 경험, 교육에 따라서 약해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하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한다. 특히 외국에 사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지내는 방학 몇 달 동안 한국어가 몰라보게 확 느는 경우가 그 예시다.
아무튼 트라이링구얼의 조건 중 하나는 적어도 한 언어는 완전하게 발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링구얼에 비해서 트라이링구얼, 혹은 멀티링구얼이 더 위험한 점이 있다면 부족한 노출량으로 인해 세 언어 모두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아기가 돌이 지나고 주변에서 이미 몇 가지 단어를 말하는 비슷한 개월 수의 모노링구얼 (단일어 구사자) 아기들을 보다 보니, 나는 이 가능성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냉수마찰 하듯이 정신 차리려고 쓰는 것이 이 글!
남편과 나 둘 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니 과감하게 영어를 포기하면 훨씬 간단해질 텐데, 그러기에는 두 사람이 영어로만 소통하며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 길고, 우리 관계와 이 가족의 근간이 영어로 세워져 있다. 그러니 아기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공용어인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어찌 보면 아기 기준에서는 만 3세가 되어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가장 중요한 언어가 제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 아빠의 공용어인 영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론은...
패닉으로 쓰기 시작한 이 글의 결론은: 그래, 영어를 아예 포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코드 믹싱과 코드 스위칭만이라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 (대충 여러 언어 짬뽕해서 쓰지 말자는 뜻) 처음 전략 그대로, 아기에게 이야기 할 때 엄마는 한국어만, 아빠는 프랑스어만, 세 사람이 모두 같이 있을 때는 영어로.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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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바이링구얼, 트라이링구얼, 멀티링구얼, 폴리글롯, 폴리글랏, 이중언어, 이중언어 교육, 다중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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