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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월 트라이링구얼 아기 언어 발달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지 개정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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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부터 베베말랑은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서 책장을 넘기는 것도, 책을 물고 뜯고 맛보는 것도 전부 좋아했다.

 

프랑스에서 아기와 함께 소아과에 정기 검진을 가면 아기의 신체 발달에 관한 것은 의사가 직접 검진도 하고 문진도 하지만, 그 외 인지 능력이나 언어 발달, 사회성 발달 등에 대한 것은 구체적으로 검진하지 않는다.

 

물론 부모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먼저 묻는다면 의사도 기꺼이 상담을 해주겠지만, 의사가 먼저 묻는 내용은 아기가 박수를 치거나 반짝반짝 손동작을 할 수 있는지 정도에 그친다.

 

한국에서는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지라는 자가 문진 형태의 검사지가 있어 아기의 발달 상황을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세밀하게 점검할 수 있는 것이 내 눈에는 참 좋아 보인다. 이전에는 한 번도 그 검사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베베말랑이 돌을 지나 점차 언어 발달이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니 '이 시기쯤 다른 아기들은 보통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하다. 다른 아기들과 비교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지만 특정 뛰어난 아기를 보고 비교하고 스트레스 받는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렇다... 정도는 궁금할 수도 있잖아! 

 

현재 베베말랑은 13개월을 지나 14개월을 향해 가고 있지만, 8-9개월부터 다시 돌아보려 한다. 다행히도 6개월에 아기가 첫 자음 옹알이 (빠빠)를 시작한 이후로부터 개월별로 아기의 언어 발달 상황에 대해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다.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지 개정판 언어 발달 부분

 


8-9개월 언어 발달 질문

 

3 - 잘 할 수 있다. 2 - 할 수 있는 편이다. 1 - 하지 못하는 편이다. 0 - 전혀 할 수 없다.


1. “브”, “쁘”, “프”, “므”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2️⃣ 질문이 자음+ㅡ가 결합된 소리를 내는지를 묻는 것인지 아니면 비읍, 쌍비읍, 피읖, 미음 소리를 내는지를 묻는 것인지 그 의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베베말랑은 6개월 때 빠빠빠빠 옹알이로 시작해서 비읍, 쌍비읍에 해당하는 소리와 9개월부터는 맘맘 같은 미음 소리도 내기 시작했으므로 할 수 있는 편이라고 답변했다.


2. “엄마” 또는 “아빠”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의미 없이 내는 소리도 포함된다).

3️⃣ 빠빠 (프랑스어로 아빠에 해당) 와 마마 (혹은 맘맘) 소리를 자주 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3. 아이에게 “안돼요.”라고 하면, 짧은 순간이라도 하던 행동을 멈추고 목소리에 반응한다.

3️⃣ 한국어로 “안돼”보다는 프랑스어로 “arrête” (그만, 멈춰) 는 8-9개월보다 더 이른 개월 수부터 이해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No 혹은 프랑스어로 non 하는 것도 짧지만 효과적인 지시어로 금방 이해한 편. 안돼! 보다는 doucement 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했다. (지난 글: 프랑스 육아 언어 중 좋은 것과 싫은 것)


4. “무무”, “바바바”, “다다”, “마마마” 등의 소리를 반복해서 발성한다.

3️⃣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것은 이 시기 베베말랑의 주요 옹알이 레퍼토리였다.

5. 동작을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빠이빠이” “짝짜꿍” “까꿍”을 시키면 최소한 한 가지를 한다.

3️⃣ 9개월부터 “박수”라고 하면 손뼉을 치는 것이 가능했다. (짝짜꿍은 이해못함 ㅎㅎ) 또 프랑스어로 “fait tomber 넘어뜨려”라고 말하면 쌓아져 있는 블록을 넘어뜨리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또 8개월부터는 바운스 바운스 혹은 댄스 댄스라고 말하면 다리를 접었다 펴면서 춤을 추기도 했는데 이건 말로만 지시하는 것보다 행동을 같이 보여주면 더 잘하는 편이었다.

6. 엄마에게 “엄마” 혹은 아빠에게 “아빠”라고 말한다.

0️⃣ 9개월부터 급격하게 폭발적인 언어 이해 능력을 보인 것에 비해, 엄마 혹은 아빠를 지칭해서 부르는 것은 아직도 아주 먼 나라 얘기였다. 14개월에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엄마, 아빠를 소리내어 부르지는 않는다. 엄마라는 단어와 엄마를, 빠빠 (아빠)라는 단어와 아빠를 연결하고 그게 우리를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특별히 아기가 우리를 불러야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 (부르기도 전에 항상 그곳에 있는 애미 애비)

7.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소리 (자음 옹알이)를 낸다. (예: “다”, “가”, “모”, “버”, “더” 등)

3️⃣ 6개월에 빠빠를 시작으로 특히 9개월에 마마, 맘맘, 바바, 버버, 가가 등 자음 옹알이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8. 동작을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주세요” “오세요” “가자” “밥 먹자”를 말하면 두 가지 이상은 뜻을 이해한다.

3️⃣ 9개월부터 눈에 띈 발전은 아기가 평소 좋아하고 자주 읽는 책의 제목을 말하면 책장에서 정확히 그 책을 찾아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몇 가지 책 위치를 외워서 아는 것이 아닌가 싶어 책 위치를 바꿔도 정확히 책을 가리키거나 가져왔고, 새로운 책의 제목도 금방 익히는 모습을 보여서 신기했다. 이때는 한글책, 프랑스어 책 구별 없이 제목과 책을 연결하는 듯했다.

동작과 연결되지 않는 명사지만 책을 읽어줄때 마지막에 “the end”라고 하면 이해하고 울거나 칭얼대기도 했다.

또, 이유식을 먹을때 먹기를 거부하다가도 마지막 한 숟가락만 남았다는 의미로 “dernière cuillère” (프랑스어로 마지막이라는 뜻) 혹은 영어로 “last one”, 한국어로 “마지막”이라고 하면 입을 벌리는 모습을 보여서 이 정도면 단어의 뜻을 이해한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어부바도 이때부터 아기가 이해하기 시작한 표현 중 하나다. 처음에는 업는 동작을 보여주며 “어부바”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어부바라는 단어만 들어도 등에 매달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뽀뽀도 어부바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입술을 내밀고 “뽀뽀”라고 하며 아기에게 뽀뽀를 해주다가, 나중에는 뽀뽀라고 말만해도 자기 볼을 가져다대거나 입술을 내 볼에 갖다 댔다.

이 외에 동작과 함께 보여줬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맘마” (손가락을 모아 입에 두 번 갖다 대는 제스처), 주세요 (양 손을 겹쳐서 두 번 탁탁 치기), 하이파이브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기) 등이 있다.

 


나만의 결론


8-9개월 당시 베베말랑은 자음 옹알이를 활발하게 하고, 반복되는 소리를 잘 내었지만 아직까지 단어와 의미를 연결시켜 표현하는 발화는 하지 못했다. (예 - 엄마를 엄마라고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는 못함) 내가 생각할 때 언어 이해 능력은 단일어 구사자 기준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위 검사지의 질문만 놓고 봤을 때 아마 8개월에 이 검사지를 받아 들었으면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9개월부터 베베말랑의 언어 발달이 활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언어 발달 관련 뇌세포가 아기 생후 10개월에 피크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다)

 

또한 베베말랑은 이때 당시 이미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명확히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프랑스어에 대한 선호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글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몇 가지 외에는 읽으려고 꺼내기만 해도 거부하고 도망갔지만, 프랑스어 책은 아무리 긴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경청했다.

다만 평소 내가 한국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봐서, 책 읽기 언어로 프랑스어를 한국어에 비해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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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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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tephen Andrew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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