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3 터미타임을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D+55 첫번째 예방접종. 양쪽 허벅지에 주사 두 방을 맞았다.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질 정도로 크게 울었지만, 아주 금방 그치고, 소아과에서 잠들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쭉 천사처럼 잤다. 그러다가 밤이 돼서 미친 듯이 울어 결국엔 해열제를 먹였다. 아기 인생 첫 번째 단맛. 몸무게 5.58킬로, 키 57.5센티, 머리 둘레 39.5센티
D+58 생후 8주에 찾아오는 원더윅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삶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할 만 하구나 생각한다. 아마도 나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이를 위한 삶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겠지.
D+59 남편의 육아 휴가가 끝나고 첫 출근한 날. 아기는 원더윅스를 아주 대차게 지나는 중이다. 잠이 올 때마다 찡찡거리거나 크게 소리 내어 목으로 우는 증상을 보인다. 수유 후 트림을 꼭 시켜주는데도 낮잠을 자다 보면 가스가 차는지 꼭 찡찡거리며 깨어난다. 그럴 때는 바로 안아서 트림을 시켜주면 다시 잠든다. 원더윅스 증상으로 추측되는 것 중 하나로 내 가슴팍에 코를 박고 후하후하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서 스스로 진정시키고 잠이 드는 것이 있다.
D+62 생후 2개월. 너를 사랑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가 않구나.
D+66 통제령 때문에 생후 2개월이 되도록 아직 아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기의 프랑스 할머니가 다녀갔다.
D+68 위와 같은 이유로 아기를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아기의 프랑스 할아버지가 다녀갔다. 시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타르트 중 하나를 만들어 오셨다.
D+70 아기는 터미타임에 많이 익숙해졌다. 옹알이가 많아져 얼핏 대화가 되는 느낌이다.
D+72 늦었지만 내 생일파티 겸,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으로 시엄마 집에 모였다.
D+76 오늘은 어찌나 평소와 다르던지! 하루 종일 졸려하고, 분유를 먹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하루 종일 꾸벅꾸벅.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쉽게 울기도 했다. (고양이가 소파에서 아기 발 근처로 떨어진 것, 그 광경을 보고 엄마가 놀란 것, 휴대폰 셀카 모드에 비친 자기 모습 등등)
D+77 오늘 하루 종일 잠들기 힘들어했다. 바로 전날 하루종일 자고 싶어 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처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아 수영 비슷한 물놀이를 했다.

D+78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토끼 인형의 부스럭 거리는 귀)
D+79 분유를 끝까지 먹는데 점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빠의 재채기 소리에 깜짝 놀라 내 광대뼈에 머리를 박고는 아주 크게 크게 울었다.
D+81 아침에 비몽사몽 하다가 내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는 그 모습.
D+82 아마도 잠 자기 힘든 날이었나 보다. 밤새 아기를 달래기 위해 쪽쪽이 셔틀을 해야 했다. 모두에게 힘든 밤이었다.
D+83 아기가 처음으로 통잠을 잤다. 우리가 아기 밤 수유를 깜빡하고 잠들어버린 바람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기는 밤에 먹지 않고 8시간 이상을 잤다. (저녁 9시부터 아침 7시 반까지)
D+84 분유를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때 손으로 밀어내는 게 제법 깜찍하다.
D+86 세 번째 원더윅스. 수유 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번에 걸쳐 찔끔찔끔 먹는 것. 그나마 그렇게 먹는 것도 원래 양만큼 먹지 못하는 것 등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벌써 12주 세 번째 원더윅스. 특별한 이유 없이 크게 우는 특유의 원더윅스 증상이 역시나 찾아왔다. 평소라면 금세 다시 안정을 찾고 잠들 자세로 안아줬는데도 소용이 없어, 예전 모유 직수할 때 자세로 안아줬더니 가슴에 코를 묻고 공갈젖꼭지를 열심히 빠는 우리 아기. 처음 아기를 안고 젖을 물렸을 때 한품에 쏘옥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다리가 내 몸 밖으로 쑤욱 튀어나올 정도로 많이 자랐다. 진지하게 또 울면 내 젖이라도 꺼내 다시 물려볼까 유혹이 온다.
D+87 아기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D+90 3개월 검진. 대기실에서부터 울기 시작해서 검진받는 내내 얼굴이 벌게지도록 운 아기. 검진 끝나자마자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멀쩡해짐. 지난달 예방접종 맞았던 기억이 났던 걸까?
D+91 너는 나의 문제이자 그 문제의 해답
D+93 아기의 생후 3개월이자, 첫 번째 어머니의 날. 남편은 아침 일찍 아기와 빵집에 가서 크루아상을 사 오고 꽃을 가져와 꽃병에 꽂았다. 점심은 시엄마 집에서 함께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남편의 소꿉친구 부모님 집에 아기를 보여주러 갔다. 남편 친구 부부는 이제 프랑스 남부에 살고 있고, 예정일이 며칠 남지 않은 만삭의 상태. 우리가 다녀간 그날 밤 진통이 와서 다음 날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D+94 오늘 찡찡 최고조.
D+95 머리 끄댕이를 잡기 시작
D+97 아기는 옹알이로 프랑스어 혹은 스페인어의 R 발음을 열심히 낸다. 한국 아기가 이런 소리를 내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프랑스 애라 그런가? 정말 신기하다
D+98 아기 체육관에 달린 딸랑이를 손을 뻗어 잡은 다음, 만지면서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D+99 백일 전야. 미리 마트에 가서 최대한 예쁜 제철 과일을 골고루 사와 아기 기념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
D+100 아기의 백일. 아침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 아기와 함께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흰쌀밥과 미역국을 먹었다. 백일상을 차려 아기 사진을 찍어주고, 점심으로는 아기를 재우고 남편과 맥도날드를 테이크 아웃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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