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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소리

몬테소리 집에서 실천할때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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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왜 몬테소리인가 - 몬테소리를 선택한 이유)에서 몬테소리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을 했다. 오늘은 그 주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몬테소리 하면 몬테소리 교구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몬테소리 교육에 있어서 교구가 중요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몬테소리의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는 그렇게 받아들인 정보로 다시 손을 이끄는 손과 뇌 사이의 피드백 루프가 지능 개발의 기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가 잘 아는 몬테소리 교구들이다. 하지만 생활 전반에서 몬테소리 교육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아이에게 교구만 제시하는 것은 몬테소리 교육 장점의 아주 극히 일부분만 취하는 것이다.

 

잠깐! 몬테소리 교육의 “원칙”이라고 하니 무지 딱딱하고 힘들고, 어려울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의외로 몬테소리를 모르는 부모들도 이미 지키고 있는 것도 있고, 힘든 건 아주 일부분이니 한 번 끝까지 들어봐 주세요.


독립성


몬테소리 교육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이를 한 명의 독립적인 성인으로, (그리고 가능하다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몬테소리 원칙 역시 아이의 “독립성”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독립성은 어른의 삶을 더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는 편해지는 순간도 오겠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어른은 아주 큰 노력과 고민을 해야만 한다. 특히 양육자는 (집에서는 부모가, 기관에서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필요한 적당한 난이도의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너무 어려우면 아이가 좌절을 느끼고 쉽게 포기하고, 너무 쉬우면 아이에게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고 고생스러운 과정이지만, 아이의 독립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기도 하다. 몬테소리는 아이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남을 기다려도 되지 않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양육자의 역할은 아이를 위해 적절한 환경을 준비하는 것이며, 아이에게 책임감이 따르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준비된 환경


몬테소리에서 준비된 환경이란, 아이가 어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아기가 아직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는 시기에는 아이의 팔이 닿는 곳에 딸랑이를 고무줄에 달아두는 것이 그런 환경일 것이고, 엎드려서 기어 다니는 시기에는 아기의 눈높이에 다양한 교구를 준비해두는 것이 그런 환경일 것이다.

 

아기 10개월때 몬테소리 교구장 세팅


아기방 교구장 세팅뿐 아니라 화장실, 부엌, 현관 등 집안 곳곳 아이가 다니는 곳이라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떤 것들을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세팅할 것인가 고민해야한다. 이런 고민은 몬테소리를 실천하는 부모의 가장 기본 마인드 중 하나다. 나 역시 항상 집을 돌아보면서 어떤 부분을 더 아이에게 맞게 조절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또 항상 고민하고 있다.

특히 아이가 늘 같은 부분에서 양육자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주변을 잘 살펴보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부분이 꼭 있을 것이다.

관련 글: 몬테소리 스타일로 아기방 꾸미기

 


관찰


아이에게 딱 맞는 환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양육자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아이가 지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떤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따라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반복해서 시도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몬테소리 교육에서 관찰은 아이의 행동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말한다.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팩트만 보는 것. 한번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큰 양육자의 입장이라 아이를 평가 없이 보는 것이 더욱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를 관찰한 결과는 교구/장난감 로테이션에 가장 유용하게 자주 쓰인다. 교구 로테이션은 아이가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 장난감은 창고에 넣고, 아이의 현재 관심사에 맞는 장난감을 다시 교구장에 세팅하는 것으로, 몬테소리 교육에서 아이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아이의 행동을 차분하게,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아이의 집중을 깨뜨리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 아이가 교구를 조작하고 탐색하다 실패했을 때, 곧바로 아이의 손을 잡고 도와주기보다는 나중에 어떤 점을 더 가르쳐주면 될지, 어떤 것을 바꿔서 아이의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혹은 아이가 성공했을 때 아이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손뼉 치며 칭찬을 쏟아내기보다는, 아이가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뿌듯해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후에 아이가 양육자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 같이 기뻐해 준다.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탐색할 때 옆에서 일일이 말로 설명해주거나, 큰 의미 없는 추임새를 넣고, 직접 잡고 도와주는 등의 행동은 아이의 집중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고, 그 대신 아이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며 살피는 것이다.


손의 중요성

 


몬테소리는 손을 통하지 않는 정보는 아이에게 주입하지 말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손을 통한 탐색을 강조했다. 몬테소리의 기준에 손을 통하지 않는 정보는 즉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만 7세 이전의 아이는 아직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단어를 가르칠 때도 처음에는 꼭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물건부터 시작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다가 아이의 어휘가 발달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물건 없이 그림이나 플래시 카드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단, 책이나 카드 역시 가능하면 귀여운 만화 스타일이 아니라 사진 혹은 실물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린 세밀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손으로 조작하는 몬테소리 교구를 통해 아이는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이를 통해 독립성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몬테소리 일상 영역에서 강조하는 자기 주도 식사나 신발이나 옷 등을 입고 벗는 것도 소근육 발달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제한 내의 자유


몬테소리 교육에서는 아이의 자유를 존중한다. 자신이 원하는 교구나 활동을 선택할 자유, 그 활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건, 언제 그만두고 정리하건 모든 것이 아이의 자유다. 단, 이 자유에는 제한이 있다. 만약에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함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아이에게 방해가 되거나 혹은 피해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이가 혼자 있는 경우에는 아이가 하는 행동이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아이는 조금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자유는 놀이 시간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장된다. 베베말랑을 예로 들면, 아기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바운서에 앉혀 두거나 침대에 눕혀두기보다는 매트에 눕혀두거나 터미타임을 시켜주어 아기가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도 울타리를 쳐서 아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보다는, 집안 곳곳에 가능한 모든 위험 요소를 없애고, 부엌으로 가는 길만 가구로 막은 다음 그 외의 모든 공간은 아이가 마음껏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가 잡고 서고, 걷기 시작한 뒤로는 서랍 몇 개만 안전장치로 막은 다음 집안 모든 공간에 아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나의 조건은 단 하나, 아이가 다치지만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마음껏 탐색해도 된다는 것. (참고글: 육아 첫 1년 동안 내가 하지 않은 것)



그러니까 몬테소리의 자유는 한마디로 하면 “안되는 것 빼고는 다 된다”라고 할 수 있겠다. 대신 안 되는 것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가르친다.

 


또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 아이에게 몇 가지 선택지를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교구장에 몇 가지 교구와 장난감을 배치해두고 아이가 스스로 가지고 놀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도 제한 내의 자유이다. 계절에 맞는 옷 두세 가지 중에서 아이가 그날 입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아이가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간식량을 준비해두고 아이가 먹고 싶을 때 스스로 찾아 먹게 하는 것 역시 제한 내의 자유이다.

이렇게 아이의 나이에 맞는 선택지를 주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를 자신의 일상 생활에 참여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아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몬테소리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이 글 하나에 몬테소리 교육의 원칙에 대해서 대망라할 수는 없지만, 지난 1년 동안 아이를 기관에 맡기지 않고 몬테소리 베이비로 키우며 내가 중요하게 지킨 것들을 최대한 정리해보았다. 나의 육아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하려고 이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이런 포스팅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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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의 고군분투 프랑스 육아 기록 #프랑스육아 #몬테소리 #트라이링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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